읽을거리/리뷰

F-lab 프론트엔드 후기 4회차 (4/4)

씨씨상 2024. 11. 12. 18:25

 

 

스스로 생각하는 개발자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

 

 

회고에 앞서 그동안 작성했던 후기를 살펴보니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기준이 너무 명확해서 우스웠다. 내가 개발자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을 가볍게 적어 보자면, 아키텍처 설계를 구상하거나 이해할 줄 알아야 하고, 요구사항 분석과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야 하며, 디자인 패턴 등을 적재적소에 맞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유지보수가 쉽도록 코드를 간결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기술적으로 트렌디함을 잃지 않아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능해야 하며, 그 일을 진정으로 즐겨야만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충 이렇다.

적고 보니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로망과 선망으로 점철된 유니콘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글에서 빤히 드러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스터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어떠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시작하는 것이니까. 애초에 잘하면 공부할 필요가 없다. 못하니까 하는 거지. 어쨌든 처음 flab을 신청했을 때는 이러한 나의 광범위한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인풋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웃풋도 별로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스터디를 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시작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회사만 왔다 갔다 하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살던 때보다야 훨씬 낫다. 반복된 일상에 공부한다는 행위가 스리슬쩍 끼워지게 되었으니까. 멘토님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이 10년 후에 이 직군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 것 같은지를 상상하라고 하셨었는데, 10년 동안 묵묵히 공부한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역량을 낼 수 있지 않겠느냔 생각을 잠시 했다. 꾸준히 하는 건 잘하는 것보다야 하기 쉬운 일이 아닌가. 잘하면 더 좋지만, 이 정도도 하지 않을 거면 양심이 없는 거다.

 

 

 

후기는요?

 

 

마지막 달에는 사실 뭔가를 특별히 배운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스터디란 손뼉을 치는 것이라 멘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멘토님이 아무리 잘해주셔도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인즉슨, 결국 내가 문제란 소리다. 내가 개발 속도가 너무 느렸다.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이 가장 가르치기 힘들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의 개발 습관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상한 부분을 습관처럼 행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책 읽기를 병행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책에 나온 내용을 온전히 코드에 녹여내는 데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다. 그래서 중간중간 멘토님의 PR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질문을 많이 하라고 하셨었는데 멘토님 안계신 스터디 이후가 상당히 암담해서 혼자 해내려면 어디부터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따위의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개발 서적 이외에 도움이 될만한 책도 몇 권 골라주셔서 병행하여 읽는 중이다. 유니콘 개발자가 되려면 그저 동경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모든 분야에 대해 차근히 공부해야 함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그동안 개발자로써 성장하고자 하지 않았던직무유기했던 자기 태만에 대한 업보인 것이다. 

 

 

 

성장을 체감하는지

 

 

멘토링을 마친 지 일주일 남짓 지났다. 최근에 리팩터링 책을 읽고 있어서 더욱 느끼는 것이 많은지도 모르지만, 지금 와서 다시 회사 코드를 보니 고치고 싶은 것이 상당히 많다. 과거의 내가 늘여놓았던 기술 부채들을 해결할 시간인 것이다. 덕에 당분간은 조금 바쁠 것 같다. 옛날에는 알면서도 하지 않았고, 지금은 알면 행한다는 것. 이 태도의 변화야말로 어쩌면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쓰고 보니 마지막 후기는 내 개인의 회고만 많고 영양가는 없는 쓰잘데기 없는 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추이를 보면 꾸준히 검색해서 내 글을 읽으러 오시는 분들이 좀 있는데 만약 이 리뷰 시리즈의 꾸준한 독자가 있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스터디를 신청하기 전에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모두 알겠지만, 적은 돈이 아니지 않은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스터디가 되면 좋겠다. 그것 또한 유니콘 개발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아무튼 나 역시 flab은 끝났지만 한 달이나 두 달 간격으로 개인 스터디 회고를 꾸준히 올릴 예정이다. 그것까지 읽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혹은 내가 블로그 포스팅에 흥미를 잃어서 먼저 떠날지도 모르고. 내 덕분에 flab 수강자가 늘어나서 무료 멘토링 연장 하실래요? 같은 연락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겠다. 그러니까 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어필하시라. 으하하 여긴 내 공간이라 킹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억울하면 수강하고 후기 쓰도록.